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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결혼하면 왜 남편 성(姓)을 따를까?(feat. 동양과 비교)

by 에이스토리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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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결혼하면 왜 남편 성(姓)을 따를까?(feat. 동양과 비교)
서양은 결혼하면 왜 남편 성(姓)을 따를까?(feat. 동양과 비교)

 

서양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릅니다. 자신의 본래 성을 계속 쓸 수 있는데도 말이죠. 남편 성 따르기는 명백한 남성 우월주의 문하의 유산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성의 지위와 남녀평등 의식이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서구 세계가 이를 여전히 받아들이는 건 좀 의아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살다가 도중에 성을 바꾼다는 건 현실 세계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서구권 에서 실질적인 신분증 역할을 하는 운전면허증과 요건을 모두 바꿔야 합니다. 한시라도 없으면 살기 불편한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도 명의변경을 해야죠 보험을 들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처럼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나라들이 아니라서 이거 하나하나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재발급에 따른 비용도 드려야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아무것도 아니죠. 특히 사회 활동이 활발한 여성들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학자 의 경우 결혼 전에 논문과 결혼 후의 논문이 이름이 다르면 같은 저자로 검색되지 않아서 경력에 큰 저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가들도 마찬가지지요. 이혼하고 재혼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눈 문이나 문학 작품이 결혼 전 결혼 후 제 온 후로 같은 사람이 3명의 저자로 나눠질 수 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얼마 전까지 독일 총리 어떤 앙겔라 메르켈이 재혼하고서도 전남편의 성인 메르켈을 그냥 썼죠. 메르켈은 많은 논문을 쓴 물리학 박사 출신입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2016년 영국의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여성은 70% 가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꿨습니다.

 

나머지 원래 성을 유지했거나 자신과 남편의 성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죠. 영국은 무려 90% 라는 압도적인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결혼의 발달사를 보면 인류 초기엔 주로 근친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족의 규모가 커지면서 근친혼이 금지되었죠.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한 기형아 탄생도 문제였고 다른 곳에서 여성을 데려오면 인구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데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남자들은 밖에서 닥치는 대로 신붓감을 잡아 와야 했습니다.

 

이게 바로 여자를 납치할 때 쓰던 그물이 면사포의 기원이고, 납치를 돕던 친구들이 신랑 들러리의 기원이고, 여자에게 채우던 족쇄가 결혼반지의 기원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여자 가족이 찾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시간 끌던 게 신혼여행으로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근거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랑이 신부 오른쪽에 서는 것도 가족의 추격의 대비해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약탈혼은 위험한 비즈니스였습니다. 강제로 여자를 빼앗다 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나중이라도 부족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약탈혼은 매매혼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지참금이라는 이름으로 신부의 몸값을 지불한 거죠.

 

 

 

약탈혼 이든 매매혼 이든 이런 결혼은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 혹은 남자의 재산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숨 걸고 훔쳐 오거나 돈을 내고 사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은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남편의 성을 따르는 문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죠. 

 

 

 

성은 영어로 Family Name이라고 합니다. 즉, 가족 혹은 가문의 이름입니다.

 

여성은 결혼하면 남자의 가족 즉 그 남자에게 속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문화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성이 만들어진 역사 자체가 비교적 짧기 때문입니다. 대략 10 세기 전 만 해도 대부분은 이름이나 별명만 갖고 있었죠.

 

그러다가 봉건 영주들이 땅 이름을 자신의 이름 뒤에 붙임으로써 성이 만들어졌습니다. 14세기 이후에는 일반 서민들도 성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생기자 봉건 영주들의 노역에 동원하거나 인두세 등을 걷기 위해 정확한 구분이 필요했죠.

 

그래서 처음엔 주로 하는 일을 이름 뒤에 붙였습니다. 그게 제일 간편했죠.

 

 

 

예를 들어 어떤 마을에 윌리엄(William)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 있습니다. 한 명은 대장간을 하고 한 명은 빵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럼 대장간을 하는 사람은 윌리엄 스미스(Smith) 또 다른 한 명은 윌리엄 베이커(Baker)로 구분해서 불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미스와 베이커 즉 대장장이와 빵 만드는 사람이 성으로 굳어 줬죠. 아마 유럽에서 이름이 모두 달랐다면 성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인구가 더 늘면서 이젠 대장간을 하는 사람도 빵 만드는 사람도 많아져 직업명만으로는 사람을 특정 짓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얼굴 생김새 신체 특성을 구분해서 특징을 살려 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키가 크면 롱(Long)이고 피부가 가무잡잡하면 브라운(Brown) 여우같이 생기면 폭스(Fox)가 선데 되고 팔힘이 세면 암스트롱(Armstrong)이 주교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한꺼번에 비샵(Bishop)이 성이 되었죠.

 

 

 

우리가 보기엔 마구잡이로 식으로 성을 만들다 보니 서구 세계는 엄청나게 많은 성이 있습니다.

 

전체 숫자는 알 수 없으나 영국만에도 4만 5천 개 가 넘쳐 서방에서 이름이 아닌 성으로 사람을 부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웬만해선 겹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김 대통령이라고 하면 김영삼 인지 김대중 인지 바로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선 바이든이라고 해도 같은 성을 가진 대통령이 없으니 금방 구분됩니다.

 

이렇게 성이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구 세계의 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 성으로 쉽게 갈아타는 문화적인 배경이 되죠.

 

 

 

이건 이름보다 성이 훨씬 중요한 우리와 중국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옛날엔 국민을 백성이라고 했습니다. 백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 이란 뜻이니 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단어에서도 잘 드러나죠. 

 

 

 

성을 간다는 말도 있죠. 어떤 것을 장담하건대 강조할 때 이름을 가는 게 아니라 성을 간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죠. 

 

한국에서 결혼한 여성이 남편 성을 쓰지 않는 건 그만큼 성, 즉 가문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기 때문에 남자의 성만큼이나 시집온 아내의 성도 중요시했던 거죠.

 

사극에서 외척 문제가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바로 여성의 성의 어떠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의 숫자 자체도 서구에 비해 한국과 중국은 희귀한 편입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이 귀화해서 만든 성까지 합해 5천500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100명 이상이 쓰는 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 여개뿐이니 인구수가 큰 차이 나지 않는 영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성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중국도 몇 명 쓰지 않는 성까지 포함해도 2만 3000개 정도이니, 14억 인구에 비해 희귀한 편이죠.

 

 

 

반면, 일본은 19세기말 메이지유신 때 영국 따라 하기를 하면서 모든 사람이 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 가문이나 혈통과 관계없이 이를 또 유럽과 비슷하게 살던 동네의 특징이나 위치를 기반으로 성을 만들었죠. 

 

그래서 지금 일본의 성은 무려 12만 3천 여 개나 됩니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 성은 유럽처럼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고 결혼한 여성도 96% 가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죠.

 

 

 

이야기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갑니다.

 

11세기 봉건 영주에서 시작되어 14세기 일반인들에게 보급된 성은 18세기 가 되어서야 거의 모든 사람이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은 16세기 경에 시작되었죠.

 

 

 

18세기와 19세기에 남편의 성과 다른 미망인은 재산 상속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편 성 따르기는 확고하게 서구 세계에 정착되었습니다.

 

 

 

서구 문화권에서 남편 성을 써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본래 성을 계속 쓸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인 불리함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관습은 지금도 굳건합니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공동연구팀 의 심층 인터뷰 결과 일부 대상자들은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유로 성을 바꿨습니다.

 

결혼한 부부는 같은 성을 갖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성이 다르면 주변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입국 심사에서 한 가족임을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꼽혔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같은 성을 가짐으로써 개인 이 아닌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은 특히 부모의 성이 다르면 자녀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를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출산 후 마음을 바꾸어 남편 성으로 바꾸는 사례도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편은 물론 아이들과도 같은 성으로 연결돼 비로써 완벽한 하나의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부부의 성은 하나여야 한다는 걸 법률로 정한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몇 차례 위헌 심판에서 이를 옹호한 일본의 언론은 부부의 성이 다르면 가족의 결속력을 헤쳐 가정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래전부터 부부가 각자의 성을 사용해 온 우리나라에선 서구의 주장과 일본의 걱정을 이해하기 힘들죠. 

 

성이 달라도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가족애가 굉장히 강한 나라니까요. 이런 것이 관습과 문화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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