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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더 좋은 직업은? 이공계 위기 언제까지?

by 에이스토리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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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더 좋은 직업은? 이공계 위기 언제까지?
의사보다 더 좋은 직업은? 이공계 위기 언제까지?

 

“오늘 저희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습니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지난 8일 삼성전자 DS 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사과문’ 겸 재도약을 다짐하는 내용입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반성하고 기술경쟁력을 복원하여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공계 위기’ 20년 그 후... 의대 열풍은 더 심해졌다

의대 열풍과 맞물려 ‘이공계 위기’가 대두된 지 2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시발점이었습니다.

 

기업의 ‘구조조정’ ‘명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회사원의 정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40대나 50대에 정년퇴직한다는 ‘사오정’, 50대~60대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이라는 뜻의 ‘오륙도’라는 말도 이때 나왔습니다.

 

수많은 40~50대 가장들이 눈물을 머금고 사표를 썼습니다.

 

일부는 식당-주점을 차렸다가 노후자금인 퇴직금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고교 최상위권 졸업생들이 의대보다는 이공계를 선호했습니다.

 

의대에도 우등생들이 진학했지만 이공계 열풍은 거셌습니다.

 

70~90년대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물리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은 고교 1등들이 지망하던 이른바 인기과였습니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삼성전자, 금성사(LG전자) 등에 입사, 지금의 전자강국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과거 일본의 소니, 도시바의 OEM(주문자 상표 제품의 제조) 생산기지였던 한국이 반도체, 스마트폰,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는 디딤돌을 놓은 것입니다.

 

미국 가구의 절반 정도가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공계 인재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월급쟁이의 한계 실감... 명퇴 걱정 없는 평생 면허 인기 절정

1등 공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낸 것은 외환위기였습니다.

 

후배들은 ‘사오정’ ‘오륙도’ 우스갯소리의 대상이 된 선배들을 보면서 월급쟁이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전국의 이과 수재들이 명퇴 걱정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는 의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의사 면허의 ‘가치’를 한껏 높여준 것입니다.

 

평생 면허에 대한 욕구는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수의사로 확대된 지 오래입니다.

 

문과생들은 고위 관료의 꿈을 버리고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로스쿨로 몰리고 있습니다.

 

역시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종입니다.

 

 

 

20년 간의 의대 열풍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과거 의대 우등생이 지망하던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는 쇠락하고 안전하게 돈 벌 수 있는 전공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식습관의 변화로 심장병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흉부외과는 대(代)가 끊길 위기입니다.

 

국가 최대 과제인 저출산 현상이 나아져도 문제입니다.

 

산과(산부인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어 고위험 분만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원 곳곳에서 이송을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휴일에도 비상 호출에 대비하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도 거액을 배상해야 하는 환경이 필수의료 의사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더 심해지는 이공계 위기... 정년 채워도 20~30년의 노후 막막

‘이공계 위기’는 요즘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 2000명이 불거지면서 공대는 의대로 가는 ‘임시 정거장’이 되고 있습니다.

 

공학 연구자를 꿈꾸며 소신껏 공대에 입학한 2~3학년은 물론 이미 연구활동 중인 공대 박사 졸업생도 의대 입학을 위해 고교 수험서를 다시 꺼내고 있습니다.

 

공대 졸업생은 운 좋게 60세 정년을 채워도 남은 20~30년의 노후가 막막합니다.

 

하지만 의사는 70세, 80세까지 환자를 보며 노년에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공대 입학 최상위권 자리가 전국 의대를 한 바퀴 돈 학생들로 채워지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이공계 인재 부족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글을 보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설 자리 없는 중년의 이공계 인재들... ‘이공계 살리기’의 출발점은?

글로벌 전자기업의 버팀목인 ‘기술과 품질’은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만들어냅니다.

 

이들이 나이 들어도 관료화되지 않고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야 합니다.

 

치열하게 토론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거의 전통을 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오정’ ‘오륙도’를 감내하던 선배들을 보고 자란 세대들입니다.

 

고용 불안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이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과 달리 직장에서 퇴직하면 재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고교 1등 실력에도 의대를 가지 않았던 중년의 공대 졸업생은 자신보다 성적이 뒤처졌던 의사 친구가 부럽다고 했습니다.

 

노동 유연성, 청년 취업, 40세 이상이 많은 조직... 나이 든 이공계 인재들은 이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공계 살리기’는 축 처진 이들의 어깨를 보듬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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