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어떤 장소에만 가면 갑자기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기침이 나고 피부가 가려워지기도 합니다.
새로 생긴 상점에 오래 머물거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갔을 때 특히 심해집니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심한 편이 아닌 사람들도 유달리 답답해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럴 때는 ‘새집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지은 집에 처음 들어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새집증후군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70년대였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원유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줄이면서 전 세계가 두 차례나 석유 파동을 겪던 시기입니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건물의 외벽에 단열처리를 하거나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었습니다. 자연스레 드나들던 공기의 통로를 차단한 대신에 기계설비로 냉난방과 습도 조절을 실시했습니다.
물 샐 틈 없이 밀봉한 덕분에 건물 밖으로 새나가는 열은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쉬기가 어렵고 눈과 목이 아픈 데다가 피부까지 가렵다는 하소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새집증후군 증상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건물의 30% 이상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세는 크게 4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첫째로 목과 기관지에서 감각 과민 현상이 나타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때로는 이상한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둘째로 어디선가 악취가 나는 듯합니다.
셋째로 피곤하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기분이 이어집니다. 넷째로 폐와 소화기에서 미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증세는 비슷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공사 자재로 사용했던 물질에서 신경체계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유출된 경우도 있고, 여러 유기물이 공기 중에 많아지면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생물과 곰팡이도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환기 부족’이었습니다. 실내 공기가 오랫동안 정체돼 있으면 유해성분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병든 건물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새집증후군 원인
오염물질은 대부분 실내 건축자재에서 방출되지만 그 밖의 요인도 많습니다. 건물 내부의 콘크리트는 라돈(radon, Rn)을, 합판과 단열재는 포름알데히드를, 페인트와 접착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밖에서 차량이 내뿜은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고, 요즘은 미세먼지가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건물 안에 거주하는 사람 때문에 오염물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흡연은 일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높이고 세탁이나 요리 과정에서도 미세먼지와 냄새물질이 발생합니다.
사람이 건물 안에 오래 머무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가 생겨나며, 애완동물로 인해 진드기와 세균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집증후군 없애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고 건물 관련 질병을 멀리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입니다. 실내 공기가 교체되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면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하며 요리를 할 때는 레인지 위의 후드를 작동시켜서 미세먼지와 냄새를 내보내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편이 낫지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모두 걸러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문이 없는 방은 오래도록 방문을 닫아두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기 전에 ‘베이크 아웃(bake out)’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창문과 문을 모두 닫되 가구의 서랍과 문짝을 모두 열어놓고 7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해 실내기온을 섭씨 35~40도로 유지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가구, 벽지, 바닥재에서 오염물질이 다량 방출됩니다. 이후 창문을 열어 1시간 동안 환기를 시키고 다시 베이크 아웃을 진행하는 식으로 4~5회 반복하면 됩니다.
주의할 것은 베이크 아웃 과정 중에 건물 내에 있어서는 안 되며 창문을 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 성분들은 생활 중에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건물 밖으로 조금씩 배출해야 합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개인용 공기청정기를 놔두어도 계속 순환하는 실내공기를 모두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에 공조기를 항상 작동시켜 강제적으로 공기가 순환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신축이나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는지 규제 항목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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